발행일자 : 2025년 12월 01일
발 행 자 : 경향신문 / 오경민 기자

한 작업자가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에서 폐가전제품을 분해하고 있다.© 경향신문
블루투스 마이크의 앞면과 옆면 사이를 벌려 좁은 틈에 납작한 도구를 밀어 넣자, 전원 버튼이 눌리며 본체에 파란 불이 켜졌다. 낡았지만 아직 작동이 가능해 보였다. 전원을 끄고 분해를 시작했다. 헤라(벽지나 껌 등을 떼어낼 때 쓰는 도구)로 앞판을 들어 올리고, 안쪽 부품을 하나씩 뜯어냈다.
마이크는 15개의 나사, SD카드, 스피커 진동판, 회로기판, 리튬이온 배터리, 전선, 플라스틱과 철제 프레임 조각들로 해체됐다. 기자가 작은 부품들과 씨름하는 동안, 다른 참여자들은 드라이버와 전동드릴로 보풀제거기·손 안마기·게임기·컴퓨터 본체를 분해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SR센터)를 찾았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폐전자기기의 종착지다. 시민들이 버린 전자기기 중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대형 전자제품은 제조사에서 수거하고, 선풍기·카메라·청소기·컴퓨터·휴대폰·노트북 같은 중소형 전자제품이 이곳으로 온다. 쓸모를 다한 것 같았던 기기들은 구리, 고철, 폐플라스틱 등 자원으로 재탄생한다. 센터에서 폐가전이 자원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직접 분해하는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서울 ‘도시광산’ 프로젝트 일환
버려진 전자제품 분해·분류 작업
최근 마사지기 등 뷰티용품 늘어
내년 모든 폐가전이 재활용 대상
폐전자기기를 실은 대형트럭이 센터에 도착했다. 지게차가 철제컨테이너를 기울여 그 안에 담긴 폐기물을 야외 선별장에 쏟아냈다. 작업자들은 폐기물 더미에서 물건을 골라냈다. 전자레인지, 청소기, 프린터 등 종류별로 분류하고, 그 외 배터리가 들어 있는 것끼리 모아 마대에 넣었다. 파쇄할 물건과 분해가 필요한 물건을 나누는 작업이다.
분해가 필요한 물건들은 내부작업장으로 보내졌다. 작업자들이 전동드라이버 등을 사용해 전자기기를 해체했다. 해체된 기기들은 전자회로기판, 필름, 플라스틱, 금속류, 전선 등으로 나뉘었다. 부피가 큰 부품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며 분쇄됐다. 선별 작업 마지막 단계에서 자력선별기와 수선별 공정을 거쳐 고철과 비철, 플라스틱 등 소재에 따라 분류됐다. 자루에 담긴 최종 결과물은 센터에서 재활용되거나, 전문 재활용업체로 보내진다.
지난해 SR센터에 입고된 폐전기·전자제품은 4001t이다. 하루 평균 10t가량이 처리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중 3440t이 고철, 알루미늄, 구리 등 자원으로 재활용됐고 557t(14%)은 고형연료로 만들어져 열에너지로 회수됐다.
SR센터는 2009년 ‘도시광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을 열었다. 금 광산을 1t 채굴하면 평균 4g의 금을 채취할 수 있지만, 휴대전화 1t을 분해하면 약 280g의 금과 1.5㎏의 은, 각종 희토류 등 광물을 회수할 수 있다. 센터는 지금까지 약 5만t의 폐전자기기를 자원화했다.
버려지는 가전제품의 종류와 양은 매년 늘고 있다. 전자담배, 손풍기, 자동센서 쓰레기통 등 배터리가 든 소형가전들은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다. SR센터를 운영하는 에코시티서울의 정유경 대리는 “최근에는 가정용 손마사지기, 다리 마사지기 같은 뷰티용품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했다.
내년에 센터는 더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냉장고, 세탁기, TV 등 중대형 가전제품 50종만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적용을 받고 있으나, 내년부터 모든 가전에 대해 이 제도가 의무화된다. 의류건조기, 의류케어기기(스타일러), 휴대용 선풍기, 무선 이어폰, 전동킥보드, 드론 등도 재활용 대상 품목이 된다.
이날 교육에서 ‘수리상점 곰손’의 성연 활동가는 “SR센터에는 금속 등 자원으로 재활용될 물건이 아니라 다시 쓰여야 할 물건들도 온다”며 “물건을 고쳐서 오래오래 쓰는 ‘수리권’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글·사진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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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업자가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에서 폐가전제품을 분해하고 있다.© 경향신문
블루투스 마이크의 앞면과 옆면 사이를 벌려 좁은 틈에 납작한 도구를 밀어 넣자, 전원 버튼이 눌리며 본체에 파란 불이 켜졌다. 낡았지만 아직 작동이 가능해 보였다. 전원을 끄고 분해를 시작했다. 헤라(벽지나 껌 등을 떼어낼 때 쓰는 도구)로 앞판을 들어 올리고, 안쪽 부품을 하나씩 뜯어냈다.
마이크는 15개의 나사, SD카드, 스피커 진동판, 회로기판, 리튬이온 배터리, 전선, 플라스틱과 철제 프레임 조각들로 해체됐다. 기자가 작은 부품들과 씨름하는 동안, 다른 참여자들은 드라이버와 전동드릴로 보풀제거기·손 안마기·게임기·컴퓨터 본체를 분해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SR센터)를 찾았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폐전자기기의 종착지다. 시민들이 버린 전자기기 중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대형 전자제품은 제조사에서 수거하고, 선풍기·카메라·청소기·컴퓨터·휴대폰·노트북 같은 중소형 전자제품이 이곳으로 온다. 쓸모를 다한 것 같았던 기기들은 구리, 고철, 폐플라스틱 등 자원으로 재탄생한다. 센터에서 폐가전이 자원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직접 분해하는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서울 ‘도시광산’ 프로젝트 일환
버려진 전자제품 분해·분류 작업
최근 마사지기 등 뷰티용품 늘어
내년 모든 폐가전이 재활용 대상
폐전자기기를 실은 대형트럭이 센터에 도착했다. 지게차가 철제컨테이너를 기울여 그 안에 담긴 폐기물을 야외 선별장에 쏟아냈다. 작업자들은 폐기물 더미에서 물건을 골라냈다. 전자레인지, 청소기, 프린터 등 종류별로 분류하고, 그 외 배터리가 들어 있는 것끼리 모아 마대에 넣었다. 파쇄할 물건과 분해가 필요한 물건을 나누는 작업이다.
분해가 필요한 물건들은 내부작업장으로 보내졌다. 작업자들이 전동드라이버 등을 사용해 전자기기를 해체했다. 해체된 기기들은 전자회로기판, 필름, 플라스틱, 금속류, 전선 등으로 나뉘었다. 부피가 큰 부품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며 분쇄됐다. 선별 작업 마지막 단계에서 자력선별기와 수선별 공정을 거쳐 고철과 비철, 플라스틱 등 소재에 따라 분류됐다. 자루에 담긴 최종 결과물은 센터에서 재활용되거나, 전문 재활용업체로 보내진다.
지난해 SR센터에 입고된 폐전기·전자제품은 4001t이다. 하루 평균 10t가량이 처리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중 3440t이 고철, 알루미늄, 구리 등 자원으로 재활용됐고 557t(14%)은 고형연료로 만들어져 열에너지로 회수됐다.
SR센터는 2009년 ‘도시광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을 열었다. 금 광산을 1t 채굴하면 평균 4g의 금을 채취할 수 있지만, 휴대전화 1t을 분해하면 약 280g의 금과 1.5㎏의 은, 각종 희토류 등 광물을 회수할 수 있다. 센터는 지금까지 약 5만t의 폐전자기기를 자원화했다.
버려지는 가전제품의 종류와 양은 매년 늘고 있다. 전자담배, 손풍기, 자동센서 쓰레기통 등 배터리가 든 소형가전들은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다. SR센터를 운영하는 에코시티서울의 정유경 대리는 “최근에는 가정용 손마사지기, 다리 마사지기 같은 뷰티용품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했다.
내년에 센터는 더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냉장고, 세탁기, TV 등 중대형 가전제품 50종만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적용을 받고 있으나, 내년부터 모든 가전에 대해 이 제도가 의무화된다. 의류건조기, 의류케어기기(스타일러), 휴대용 선풍기, 무선 이어폰, 전동킥보드, 드론 등도 재활용 대상 품목이 된다.
이날 교육에서 ‘수리상점 곰손’의 성연 활동가는 “SR센터에는 금속 등 자원으로 재활용될 물건이 아니라 다시 쓰여야 할 물건들도 온다”며 “물건을 고쳐서 오래오래 쓰는 ‘수리권’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글·사진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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